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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1
CHAPTER.2
CHAPTER.3
CHAPTER.4
CHAPTER.5
CHAPTER.6
CHAPTER.7
CHAPTER.8

소녀의 목소리

도와주세요… 거기 아무도 없나요…?

파랗게 빛나는 파편 조각을 집어 들자, 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녀의 이름은 마야.
꿈을 꾸면 그것이 그대로 실현된다는 꿈 능력자.
소녀는 자신의 목걸이가 부서져, 알 수 없는 공간에 갇혀 버렸다고 한다.
파란 파편 조각이 바로,
소녀의 목걸이의 일부였던 것이다.

우연히 파편을 가지게 된 자들.
어떤 이는 소녀와 말동무를 하며 친구가 되었고,
어떤 이는 소녀의 목소리에 놀라 파편을 던져 버렸고,
또 어떤 이는 소녀의 목소리는 무시하고 파편이 가져다주는 힘만을 취하려 하였다.

그중 소녀와 친구가 된 이들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는데,
소녀는 그동안 아주 다양한 세계들에 대한 꿈을 꾸고 있었다는 것.

그 결과 이 세상에는 여기 말고도 수많은 다른 세계들이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자신은 파편으로 인해 그 세계들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

파편을 가진 자, 목소리를 듣는 자, 세계를 이동하는 자 등등 다른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사람들은 주로 그들을 ‘워커’라고 부른다.

꿈 능력자

대홍수가 일어나는 꿈이었어요.
설마… 제가 세상을 망가뜨린 건가요?

지금으로부터 약 500년 전. 그때 인류의 시간으로는 21세기.
그 해 첫날에 태어난 아이의 이름은 ‘이브라힘’.
그 아이가 바로 인류 최초의 꿈 능력자였다.

꿈 능력이란, 꿈을 꾸면 그것이 그대로 현실에서 재현되는 능력.
피사의 사탑이 똑바로 서고, 동네 한복판에 축구 경기장이 생겨나고,
거대한 익룡이 나타나 도시 위를 날아다니는 등, 이상한 일들이 연속적으로 발생했지만,
이 모든 게 한 어린 아이의 꿈 때문이라는 사실은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하지만 미리 알았으면 막을 수 있었을까.

이브라힘이 10살이 되던 해 꾸었던 엄청난 악몽.
대홍수. 물에 잠긴 세상. 인류의 종말.
아이는 울면서 잠에서 깼다.

뒤늦게 이브라힘의 능력을 알아챈 사람들이 아이를 찾아내긴 했지만,
때는 이미 너무 늦은 상태였다.
미친 듯한 폭풍우가 내리치기 시작하였고,
이 세상 모든 바다가 일제히 빌딩 높이 이상으로 치솟으며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고 하고 있었다.

어떤 희망도 가질 수 없었던 그 순간,
아이의 꿈에 거대한 방주가 등장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렇게 방주에 탄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인류는 그날 멸망해 버렸다.

꿈 능력의 봉인

너의 능력은 이 목걸이에 봉인했단다.
너의 진실도, 여기에 함께 봉인해 두거라.

방주에 탄 인물 중에는 ‘봉인 능력자 제니’가 있었다.
그녀가 바로 이브라힘의 꿈 능력에 대해 알아내고 그를 찾아낸 인물.
비록 대홍수의 비극은 막지 못했지만.

그녀의 눈에 바다를 보며 하염없이 울고 있는 어린 이브라힘이 들어왔다.
제니는 자신의 능력으로 이브라힘의 꿈 능력을 봉인하여 결정화한 뒤,
그의 목에 걸어주며 이렇게 말했다.

아이야. 네 잘못이 아니란다. 우리가 막았어야 했어.
너의 존재를, 너의 능력을 진작에 눈치챘어야 했는데….

다만 이제부터 내가 하는 말을 꼭 기억하거라.
사람들에게 너에 대해 말해서는 안 돼. 절대로. 그 누구에게도.

너의 능력은 이 목걸이에 봉인했단다. 너의 진실도 여기에 함께 봉인해 두거라.
그래, 나도 안다. 네 작은 어깨에 얹혀있는 그 무거운 죄책감까지 봉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

하지만 절대 포기하지 말아라.
이대로 포기해버리면 너는 이 지독한 현실에 영원히 갇혀버리게 되는 거란다.

네가 기억하는 마지막 세상은, 아름답고 풍요로운 것이었으면 좋겠구나.
나도, 우리도 힘껏 도와줄게.

제니는 이 말을 남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홀연히 사라져 버렸지만,
이날 제니가 해준 말은 그 이후로 아주 오랫동안
이브라힘을 지탱해 주는 유일한 힘이었다.

새로운 문명의 건설

이 세상은 내가 만들었소.
하지만 그 전의 세상은 내가 파괴했지.
그렇소. 나는 꿈 능력자였다오.

방주는 수십 일간 표류하고 있었다.

폭풍우는 잦아들 줄 몰랐고, 어딜 가도 끝없는 바다뿐이었다.
식량도 거의 다 떨어져 갔다. 모든 것을 포기한 채 바다에 뛰어드는 사람이 점점 늘어났다.

그러나 희망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갑자기 화창해진 어느 날 아침, 누군가의 외침에 모두들 일제히 배 앞머리로 모여들었다.

육지다! 육지야! 우린 살았어….!

방주는 육지에 정박했다.

풍부한 과일과 비옥한 토지, 먹을 수 있는 물.
신이여. 감사합니다.

사람들은 바로 어제까지 그렇게 원망하던 신에게 감사를 올리며, 이 미지의 땅에 정착하기로 하였다.
새로운 대륙의 이름은 ‘아라라트’가 되었다. 성경 속의 노아의 방주가 내려앉았던 바로 그 산의 이름.
그렇게 새로운 문명이 시작되었다.

이브라힘은 첫날부터 밤낮으로 쉬지 않고 일했다.
문명을 재건해야만 하니까. 자신 때문에 이렇게 된 거니까.
시간이 흘러 소년은 청년이 되고, 청년은 장년이 되어 흰머리가 늘어갔다.
방주를 탄 소수만이 살아남았던 인류는, 어느덧 몇 배로 불어나 있었고,
장년이 된 이브라힘은 어느새 새 세상의 리더이자, 인류의 문명을 되살린 영웅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아는 것이 많아질수록,
그리고 가끔씩 보이는 환영 내지는 예지가 늘어날수록
이브라힘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져 갔다.

아라라트를 발견했던 바로 그 날과 많이 닮아있던 어느 화창한 아침,
이브라힘은 오랫동안 쓴 책 한 권만을 남긴 채, 어디론가 떠나갔다.
그 책에는 자신 때문에 세상이 멸망했다는 사실과,
그로 인해 자신이 평생동안 해왔던 일들,

그리고 자신이 본 미래들에 대해 상세히 적혀있었다고 한다.

그 책의 이름은 “멸망의 서”였다.

여기까지가 500여 년 전 이야기이다.

꿈꾸는 소녀

저는 글을 잘 쓰는 게 아니에요.
제게 재능이 있다면, 그건 아마
다채로운 꿈을 꾸는 능력인 것 같아요.

마야는 조용하지만 호기심이 많은 고등학생 소녀였다.

부모님이 없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던 그녀는,
대부분의 시간을 상상으로 보냈다. 그럼 덜 외로웠으니까.

그녀의 꿈 능력이 발현된 것은
어느 날 갑작스럽게 받게 된 소포 안에 들어있던 목걸이 때문이었다.
목걸이를 착용한 바로 그날 밤부터, 마야는 이전과는 다른 생생한 꿈을 꾸기 시작하였다.

어느 날은 말을 하고 두 발로 걸어 다니는 동물들이 사는 사막으로 갔다가,
어느 날은 무림의 영웅들과 함께 구름 위를 날아다니다가
어느 날은 동화책 속 인물들과 어울려 과자로 만든 집에 가서 배불리 먹고
또 어떤 날은 영화에서나 보던 초능력자들이 서로 싸움을 하는 걸 구경했다.

이런 꿈들은 너무나 생생해서, 잠에서 깨어나도 전혀 잊혀지지 않았다.
마야는 꿈속에서의 자신의 경험들을 모두 글로 정리해 두었는데,
우연히 한 출판사와 연이 닿게 되어 이것을 모아 소설로 출판하게 되었다.

이 소설은 전국적으로 큰 인기를 얻게 되었고
마야는 아주 유명해졌지만,
유일하게 마음을 나눌 수 있던 오랜 친구 로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그녀는 더욱 깊은 외로움에 빠져들었다.

그날 밤도 마야는 울면서 잠이 들었고, 새로운 꿈을 꾸었다.
꿈에선 죽은 줄 알았던 친구 로즈와 함께, 남동생 같은 귀여운 남자아이가 등장했다.
오랜만에 정말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마야 누나, 외로울 땐 언제나 놀러 와. 내가 또 재밌게 해 줄게.

그 아이의 이름은 코코였다.

히스토릭 서비스

마야, 이 아이가 혹시… 꿈 능력자가 아닐까요?

‘히스토릭 서비스’라는 단체는 원래
대홍수 이전의 역사를 최대한 보전하자는 취지로 이브라힘이 설립한 것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을 잃은 인류에게 ‘역사’란 단지 과거의 일이 아니라,
인류에게 꼭 필요한 정보와 기술, 그리고 경험의 집합체였다.
그렇기에 당연하게도, 이 ‘역사’를 독점하고 있는 히스토릭 서비스는 곧,
문화, 경제, 군사, 기술 등 모든 분야를 장악하게 되었고,
결국 인류가 직면하게 되는 모든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요구를 받는 동시에,
인류 역사상 최대의 권력 기관이 되었다.

이브라힘이 ‘멸망의 서’를 통해 세상이 어떻게 멸망하게 되었는지를 밝힌 이후,
지난 500년 간 히스토릭 서비스의 최대 화두는 바로
‘또 다른 꿈 능력자가 나타날 것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메트로 국립 도서관의 사서이자 열정적인 역사 연구가였던 ‘베니 포스터’는 특히 이 문제에 관심이 많았다.
그러다 베니 포스터는 우연히 유명한 고등학생 소설가 마야의 인터뷰를 보게 되었고,
그녀의 모든 소설이 꿈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에 주목하게 되었다.
그녀가 자신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느낌이,
이브라힘이 ‘멸망의 서’에서 언급한 것과 너무나 비슷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마야가 꿈 능력자라면…?’
그녀의 소설 속에 등장한 세계들이 어디엔가 실재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그녀의 가정은, 곧 사실이었음이 밝혀진다.
마야의 소설에 등장했던 사막의 나라 사하라가 아라라트 남부에서 발견된 것이다.
두 발로 걷는 수인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모래 폭풍 등
그녀의 소설에서 묘사되는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히스토릭 서비스는 당장 마야를 확보하려 움직였으나, 이미 한 발 늦은 상태였다.
마치 지구가 쪼개지는 듯한 거대한 굉음과 함께 세계의 지축이 흔들렸고,
마야는 자신의 침대에 누워 영원한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목걸이가 깨지다

언제까지나 널 곁에 둘 거야.
이 목걸이를.. 깨버리면 되겠지.

코코가 처음 마야의 꿈에 등장했을 때는 분명 5살 즈음의 어린아이였다.
그런데 그다음 만날 때는 7살, 그다음은 10살….
마야는 그대로였지만, 코코는 어느새 20대 청년이 되어 있었다.

코코는 마야가 오지 않을 땐 홀로 외로이 지냈다.
그에게는 마야가 세상의 전부였다. 마야만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낼 뿐이었다.
로즈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야는 그런 코코가 점점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시간이 갈수록 마야가 코코를 방문하는 횟수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로즈는 그런 코코가 안타까웠고, 동시에 마야에게 강한 질투심을 느꼈다.
로즈는 마야가 잠든 사이, 마야의 목걸이를 몰래 훔쳤다. 자신도 꿈 능력자가 되고 싶었다.
코코와 둘이 사는 세계를 꿈꾸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장면을 코코에게 들키게 되고, 마야의 목걸이에 대해 코코에게 이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끝까지 모든 이야기를 잠자코 듣고 있던 코코는
갑자기 로즈로부터 마야의 목걸이를 빼앗아 한 손에 쥐더니
그대로 부숴버렸다.

산산이 부서진 목걸이의 파편은 온 세상으로 흩어져 버렸고,
그 자리에 있던 코코와 로즈의 몸에도 무수히 박혀버렸다.
목걸이가 깨지면서 현실의 마야는 영원한 잠에 빠져들었고,
꿈속의 마야는 어딘지도 모르는 공간에 갇혀버리게 되었다.

눈을 뜨지 못하게 된 마야. 그녀는 오로지 목걸이 파편을 통해서만 세상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자신이 그동안 꿈꿔왔던 모든 것이,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것을

세계, 연결되다

우린 마더랜드에서 온 신들입니다.
우릴 창조한 마야님을 찾고 있습니다만.

마야의 목걸이가 부서지자, 마야의 꿈으로 인해
생겨난 세계들의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하였다.

물론 누구나 그 경계를 넘나들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인류가 가장 먼저 만난 꿈세계의 인물은 바로 마더랜드의 신들이었다.
생명의 신 미리어드, 운명의 신 갈리아노, 전령의 신 에르메스, 미의 신 베누스
이 4명의 신은 세상에 닥친 거대한 위기를 감지하고,
자신들의 창조주, 마야를 찾기 위해 마야가 태어난 원세계로 넘어온 것이었다.

또한, 파편을 가진 자, 워커들의 존재도 이때 알려졌다.
능력자들의 세계, 브린디쉬의 X,
구름 위의 무림 세계, 구운동의 담천 연 등
각 세계의 워커들이 하나둘씩 자신들의 능력을 자각하고 원세계로 넘어오기 시작하였다.

신이거나 워커가 아닌 사람들이 다른 세계로 넘어갈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바로 ‘문 능력자’라고 불리는 에이미 우드게이트가 열어주는 문을 통해 건너가는 것.

그러나 에이미 우드게이트는 친절한 사람이 아니었기에, 아무에게나 문을 열어주지는 않았다.

히스토릭 서비스는 세계가 멸망할 수 있는 위기에
처했다고 판단하여
마야를 찾기 위한 긴급 대책 본부를 설치하고, 그 곳에 다른 세계에서 온 인물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그리고 독단적인 성격으로 상부와는 사이가 좋지 않았음에도 탁월한 성과를 보여왔던
‘크루스’를 본부장으로 임명하였다.

하지만 결정적인 한 가지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

모든 세계를 돌아다니며, 어떠한 위협도 헤쳐나갈 수 있는

“강력한 전투력을 갖춘 워커”.

대체 그런 워커를 어디 가서 찾는단 말인가?

운명의 신 갈리아노는 조급해하는 크루스에게 옅은 웃음을 띠며 말했다.
기다리십시오. 조만간 그 자가 직접 우리를 찾아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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